목차
2. 최초의 스캠

텔레그램의 크립토 커뮤니티라면 어디든, 그때나 지금이나, 들어서자마자 처음 마주치는 것 중 하나가 경고문이다. 그룹 최상단에 고정된 그 공지는, 뭔가를 호되게 겪고 배운 사람들 특유의 약간 다급한 강조체로 쓰여 있다. 관리자는 절대 먼저 DM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더 부드러운 표현도 있다. '스캐머를 조심하세요. 저희는 절대 먼저 개인 메시지를 보내지 않으며, 시드 문구(seed phrase)를 묻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그 밑에 깔린 본질은 언제나 같고, 그것은 일종의 자백이다. 커뮤니티는 입장하는 사람에게 처음부터 말하고 있다. 우리는 당신을 지켜줄 수 없다고. 이 방 안의 계정들 가운데 누가 진짜 관리자이고 누가 같은 이름과 같은 사진을 뒤집어쓴 사칭범인지 가려낼 수 없으니, 아예 가려내기를 포기했다고. 그 대신 팻말 하나를 붙여 놓았다. 그 팻말은 앞 장 전체를 고정 메시지 하나로 압축한 것이다. 이 방은 방 안에 누가 있는지 모르고, 모른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고 있다.
이 책의 주제가 실제로 이빨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지점이 바로 그 팻말이다. 최초의 스팸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스팸은 텔레그램보다 35년 오래됐고, 웹 자체보다도 오래됐다. 진짜 시작점은, 거의 공짜였던 그 오래된 골칫거리가 진짜 가치가 굴러다니는 방에 처음 나타난 순간이다. 텔레그램에서 그 순간은 일찍 왔고, 세게 왔다. 왜 그랬는지 보려면 스팸이 그곳에 흘러들기 전에 무엇이었는지부터 봐야 한다.
스팸은 자신이 출몰하는 방보다 오래됐다
스팸은 채팅 플랫폼에서 시작되지 않았고, 범죄에서 시작되지도 않았다. 시작은 1978년 5월 3일이었다. 디지털 이큅먼트 코퍼레이션(Digital Equipment Corporation, DEC)의 마케팅 매니저 게리 서크(Gary Thuerk)가 아르파넷(ARPANET) 전체 이용자 약 2,600명 가운데 400명가량(그와 동료가 인쇄본 주소록에서 긁어모을 수 있었던 서부 해안 주소 전부였다)에게 DEC의 신형 DECSYSTEM-20 컴퓨터 시연회 초대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메시지는 전부 대문자로 타이핑돼 있었고, 주소 지정이 어찌나 서툴렀는지 수신자 이름이 본문까지 흘러넘쳤으며, 그것을 요청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것이 컴퓨터 네트워크에서 발송된 최초의 대량 무차별 상업 메시지로 통용된다. 스팸이라는 단어가 생기기도 전에 발송된, 최초의 스팸이다.
반응은 즉각적이고 적대적이었다. 수신자들은 항의했고, 아르파넷을 광고 채널이 아니라 정부 연구 프로젝트로 운영하던 네트워크 관리자들은 격노했으며, 그중 한 명은 서크에게서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그는 실제로 다시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그 뒤 수십 년 동안, 그 일제 발송이 1,300만 달러쯤의 매출을 만들어 냈다고 주장했다. 아무도 검증한 적 없는 자기 신고 수치지만, 방향 자체는 그럴듯하다. 그 메시지는 메인프레임을 살 예산과 의향을 함께 가진, 지구상에 몇백 명뿐인 바로 그 사람들에게 거의 정확히 도달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의 형태를 곰곰이 들여다보기 바란다. 정말 중요한 디테일은 두 번 다시 반복되지 않는 그 디테일이다. '게리 서크가 누구인지 모두가 정확히 알고 있었다.' 1978년의 아르파넷은 알려진 기관에 소속된, 이름이 붙은 연구자들의 작은 네트워크였다. 그 위에서 신원은 실재했고, 희소했고, 책임을 물을 수 있었다. 사회적 면역 반응이 작동한 이유는 오직 그것뿐이다. 서크는 특정됐고, 질책당했고, 억제됐다. 한 사람, 하나의 평판, 받아내서 지키게 만들 수 있는 하나의 약속. 역사상 최초의 스팸은 열린 인터넷이 두 번 다시 갖지 못할 단 하나의 방어 수단으로 저지됐다. 커뮤니티가 '누가 이랬는가?'에 답할 수 있고 그 답이 힘을 갖게 만들 만큼, 방이 충분히 작고 신원이 충분히 단단했다는 것. 서크 이후의 모든 스패머는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그 교훈을 배웠다. 회신 주소를 남기지 마라.
네트워크가 구성원을 서로 아는 규모를 넘어서는 순간 이 방어가 무너지는 광경을 그대로 지켜볼 수 있다. 1980년대 후반, 아마도 가공인물일 '데이브 로즈(Dave Rhodes)'가 서명한 MAKE.MONEY.FAST라는 행운의 편지가 전자 게시판(BBS)들을 타고 돌았다. 복사가 공짜인 매체 위로 옮겨 심은 낡은 우편 피라미드 사기였고, 빚을 청산하고 큰돈을 벌었다는 조작된 간증으로 포장돼 있었다. 데이브 로즈가 누구인지는 지금껏 아무도 밝혀내지 못했는데, 바로 그것이 핵심이다. 초기 인터넷에서 가장 많이 전달된 이름의 주인은,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그 어떤 사람도 아니었다. 그리고 1994년 4월 12일, 로런스 캔터(Laurence Canter)와 마사 시걸(Martha Siegel)이라는 두 이민 전문 변호사가 간단한 스크립트로 "Green Card Lottery — Final One?"이라는 광고를 유즈넷(Usenet) 뉴스그룹 5천여 곳에 게시했다. 그룹마다 새 사본을 하나씩 올렸으므로, 모든 독자가 들어가는 모든 방에서 그 광고와 마주쳤다. 분노는 화산처럼 폭발했다. 항의가 며칠 동안 이들의 접속 업체 서버를 마비시켰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그들에게는 아무 비용도 되지 못했다. 두 사람은 사과하지 않았다. 유즈넷 공동체라는 발상 자체가 우스꽝스럽다고 했고, 10만 달러의 신규 수임을 올렸다고 주장했으며, 그 기법을 파는 회사를 차렸고, 그에 관한 책까지 썼다. 서크 이후 16년 만에 같은 면역 반응이 백 배의 강도로 발화했지만 아무것도 막지 못했다. 네트워크가 구성원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규모를 넘어 자라 버렸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실제로 아팠던 결과는 네트워크 바깥에서 왔다. 1997년 테네시주 변호사협회가 캔터를 제명했는데, 스팸 발송이 사유의 일부였다. 변호사협회는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기관들 가운데 신원이 지속되고, 획득 비용이 크고, 내다 버릴 수 없는 마지막 기관 중 하나다. 평판이 들러붙을 수 있는 곳에는 처벌이 있었다. 평판이 들러붙지 못하는 네트워크 위에는 물량만 있었다.
단어 자체는 코미디에서 왔고, 정확히 옳은 것을 명명했다. 1970년 몬티 파이선(Monty Python)의 한 콩트에서 카페 메뉴에는 통조림 스팸(SPAM)이 안 들어간 음식이 하나도 없고, 바이킹 합창단이 그 단어를 끝없이 연호하며 모든 대화를 묻어 버린다. 초기 텍스트 기반 게임과 게시판 이용자들이 그 농담을 빌려 왔고, '스팸한다'는 것은 아무도 말할 수 없을 때까지 화면을 반복으로 뒤덮는 행위가 됐다. 당시 문화가 이름 붙일 만큼 특기할 만하다고 여긴 것이 무엇이었는지 눈여겨보라. 사기도, 기만도, 심지어 광고도 아니었다. '대량의 반복', 지치지 않는 기계 소음이 인간의 대화를 익사시키는 현상이었다. 그 직관은 정확히 옳았고, 그 직관에 제대로 경의를 표하는 데 이 책의 나머지 전부가 필요하다. 깊은 곳의 문제는 메시지가 무슨 말을 하느냐가 아니었다. 한 행위자가 아무 비용도 치르지 않고 방 전체보다 큰 소리를 낼 수 있는데, 방에는 그를 멈추게 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텔레그램에는 왜 순진한 시절이 없었는가
이 역사를 텔레그램 옆에 나란히 놓으면 어긋남이 또렷하게 보이고, 그 어긋남이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 이메일과 유즈넷은 크립토가 도착하기 전까지 '수십 년' 동안 순수한 골칫거리로서의 스팸에 시달렸다. 짝퉁 시계와 허브 보충제와 곤경에 빠진 왕자들의 세월이었고, 푼돈을 노리는 숫자 게임이었으며, 전형적인 공격이 입히는 최악의 피해라야 몇 초의 짜증과 스크롤에 밀려난 대화 정도였다. 물론 진짜로 위험한 가장자리도 있었고, 대비가 정직하게 와닿으려면 그것도 짚어 둬야 한다. 바로 이 시기에 피싱과 제우스(Zeus) 같은 뱅킹 트로이목마가 조용히 실제 은행 계좌를 털어 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포식조차 열린 커뮤니티가 아니라 받은편지함과 브라우저 안에 살았고, 노리는 돈도 절도를 되돌리도록 설계된 은행 시스템 안에 있었다. 지급 취소, 사기 대응 부서, 계좌 동결이 있었고, 현금화는 자금세탁용 계좌를 거쳐야 했는데, 그 계좌 자체가 절도를 추적하고 무효화할 수 있는 길목이었다(옮긴이 주: 한국 보이스피싱 조직의 대포통장이 정확히 이 길목에 해당한다). '열린 방 안'의 판돈은 충분히 낮았기에, 구멍 난 방어 — 메시지를 지우고, 계정을 차단하고, 넘어가는 것 — 가 합리적인 답이었다. '이 계정은 대체 누구인가?'라는 더 깊은 질문은 20년 동안 미뤄 둘 수 있었다. 누구인지가 정말로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무엇을 하느냐였고, 그 행동은 눈에 잘 띄었으며, 실제 돈에 닿은 경우조차 대개는 되돌릴 수 있었다.
텔레그램에는 그런 순진한 시절이 없었다. 2013년에 출시된 텔레그램은 몇 년 만에 암호화폐 세계의 작전 본부가 됐고, 크립토 커뮤니티란 모든 구성원의 주머니에 이전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고 익명인 크립토가 들어 있는 열린 방이다. 그래서 옛 인터넷이 수십 년 간격의 별개 시대로 겪었던 골칫거리와 포식이, 텔레그램에는 서로 포개진 채 거의 동시에 도착했다. 텔레그램 크립토 그룹을 때린 첫 쓰레기 물결은 여전히 한눈에 스팸이었다. 대량이고, 저비용이고, 스크립트로 찍어 낸, 비인격적인 것. 하지만 그중 의미 있는 비율의 뒤에는, 아주 이른 시기부터, 누군가의 지갑으로 이어지는 낚싯바늘이 달려 있었다. 자동차 와이퍼에 끼워진 전단지와 당신의 저축을 향해 뻗는 손이 같은 방에, 같은 주에, 때로는 같은 메시지 안에 나타났다.
여기가 이 책이 계속 구분해서 쓰는 두 단어를 정확히 정리할 자리다. 이 책에서 '스팸'이란 경제 모델 전체가 무관심을 상대로 한 물량 공세인, 요청받지 않은 대량 메시지를 말한다. 발신자에게 필요한 것은 당신이라는 특정인이 아니라 아주 큰 수의 아주 작은 비율뿐이고, 메시지 한 통의 한계비용이 공짜인 이상 전환율이 0보다 크기만 하면 장사가 된다. 당신은 표적이 아니다. 분모다. '스캠'이란 미끼 뒤에 낚싯바늘이 달리면서 스팸이 변모한 것이다. 목표가 '낯선 사람이 옆 사람보다 조금 더 자주 클릭하게 만들기'에서 '바로 이 사람이 진짜 무언가를 내놓게 만들기'로 옮겨 간다. 옛 인터넷에서 이 둘 사이에는 20년의 간격이 있었다. 텔레그램에서는 거의 아무 간격도 없었다. 그래서 이 플랫폼의 첫 스팸에 관한 장은 불가피하게 첫 스캠에 관한 장이기도 하다.
본격적인 목록에 앞서 한 가지 주의해 둘 것이 있다. 이 책의 시대 구분은 달력의 날짜가 아니라 경제적 조건이다. 시대들은 크립토가 언제 도착했느냐에 따라 커뮤니티마다 다르게 겹친다. 취미 동호회 그룹은 아직 순수한 골칫거리 시대를 살고 있는데, 바로 옆의 크립토 채널은 이미 포식의 한복판일 수 있다. 그러니 여기 나오는 사례가 '최초'라는 말이 암시하는 것보다 발전해 보이더라도, 그것은 시대착오가 아니다. 그것이 바로 포개짐이다. 같은 날씨가 방마다 다른 시간에 도착하는 것, 그리고 텔레그램의 크립토 방들에는 거의 한꺼번에 도착한 것.
사칭범
고정된 경고문으로 돌아가자. 그 경고가 겨냥하는 스캠이야말로 텔레그램의 첫 물결을 규정하고, 이후에 올 거의 모든 것을 예고하는 수법이기 때문이다. 그 수법은 사칭이고, 플랫폼은 이것을 이보다 더 쉽게 만들어 줄 수 없을 정도였다. 텔레그램 계정의 표시 이름과 사진은 마음대로, 몇 번이고 공짜로 바꿀 수 있다. 1분 전에 만든 계정이 로딩이 끝나기도 전에 프로젝트 수석 관리자의 이름과 아바타를 그대로 뒤집어쓸 수 있다. 스캐머는 정확히 그렇게 했다. 관리자를 복제하되 사용자명까지 흉내 냈다. 글자 하나를 바꿔치우고, 밑줄 하나를 덧붙이고, 소문자 l 자리에 대문자 I를 세워 두는 식의 아슬아슬한 유사 표기 덕에 가짜 핸들이 얼핏 보면 진짜로 통했다. 그런 다음 열린 플랫폼이 쥐여 준 방을 공략했다. 공개 그룹에서 질문을 올리는 사람을 지켜보다가 '관리자'로서 친절하고 신속하게 DM을 보내는 것이다. '안녕하세요, 메시지 봤습니다. 기꺼이 도와드릴게요. 여기서 지갑 인증만 해 주세요.' 아니면 방을 아예 건너뛰고 회원 전체에게 한꺼번에 메시지를 보냈다. 곧 보게 되겠지만, 회원 명단은 이미 시장에서 팔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수익성 높은 변종은 사칭 위에 또 하나의 고전을 겹쳐 올렸다. 무료 증정 사기(giveaway scam), 이른바 '돈 두 배로 돌려주기'다. 인증을 위해 이 주소로 0.5 ETH를 보내면 1 ETH를 돌려드립니다, 라고 메시지는 말했다. 출시 기념 축하, 커뮤니티를 향한 감사, 기간 한정 이벤트. 그리고 그럴듯하게 들릴 만큼 유명한 누군가의 이름을 빌려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거래소, 창업자, 사진과 이름을 뒤집어쓰는 데 아무 비용도 들지 않는 일론 머스크나 비탈릭 부테린. 이것은 우편 발송 명단 대신 지갑 주소를 단 MAKE.MONEY.FAST다. 똑같이 조작된 다급함과 조작된 관대함을, 지불이 즉각적이고 되돌릴 수 없고 추적 불가능한 방에서 돌린 것이다. 데이브 로즈는 적어도 우편이 오기를 기다리기라도 해야 했다.
그리고 커뮤니티가 쓸 수 있었던 유일한 방어가 무엇이었는지 보라. 고정된 팻말이다. 진짜 관리자와 가짜를 구별할 수 없었기에 — 플랫폼이 드러내 주지 않는 활동 이력과 누구나 베낄 수 있게 놔둔 이름 말고는 둘을 가르는 것이 없었기에 — 방은 일괄 규칙으로 후퇴했다. '저희는 절대 먼저 DM을 보내지 않습니다.' 이것은 조언의 옷을 입은 자백이며, 이 책의 논지를 이보다 순수하게 증명하는 것은 없다. '이 사람이 누구인가?'에 답할 수 없을 때 남는 유일한 길은, 모두에게 아무도 믿지 말라고 말하는 것뿐이다. 그것은 방어가 아니다. 고칠 수 없는 병을 안고 살아가는 커뮤니티가, 치료제가 있어야 할 자리에 경고문을 붙여 둔 것이다.
대량 초대 봇
사칭이 날카로운 칼끝이었다면, 첫 물결의 넓은 밑변은 대량 초대 봇(mass-add bot)이었다. 누구나 그룹을 만들고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은 사람이 어떻게 추가되는지를 정해야 한다. 성장에 유리한 선택, 곧 텔레그램이 한 선택은 회원이 다른 회원을 추가할 수 있게 하고, 회원이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봇이 프로그램으로 할 수 있게 두는 것이었다. 그래서 스패머는 계정 함대를 스크립트로 돌려, 속도 제한이 허용하는 한 최대한 많은 이용자를 자기가 장악한 그룹으로 끌어들였다. 가짜 증정 이벤트 방, 펌핑 채널, 사람이 많아 보이는 것 말고는 아무 목적도 없는 빈 껍데기. 휴대폰 잠금을 풀면 어느새 '🚀 CRYPTO SIGNALS VIP 🚀'에 낯선 사람 900명과 함께 추가돼 있었고, 그들 중 누구도 그곳에 있기를 원한 적이 없었다(옮긴이 주: 이런 'VIP 시그널방'의 한국판이 정확히 리딩방 사기다).
이것이 통한 이유는 숫자가 신뢰도의 값싼 대용물이기 때문이다. 회원이 1만 명인 그룹은 뭔가 진짜가 벌어지는 곳처럼 '보인다'. 스캐머가 가장 먼저 조작하는 법을 배운 것이 바로 그 숫자였다. 그 1만 명이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끌려 들어와 한 글자도 읽지 않으리라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머릿수 자체가 상품이었고, 그 머릿수는 다음번 진짜 방문자가 눌러앉을 확률을 높였다. 이것이 이 책의 마지막 막을 지배할 주제, 곧 '사회적 증거의 조작'의 첫 등장이다. 데이브 로즈가 지어낸 간증으로 돌렸던 수법을, 이제는 지어낸 몸뚱이로 돌리는 것이다. 대량 초대 봇은 가짜 회원을 그 자리에 있게 만들 수는 있어도 말하게 만들 수는 없다. 합성 커뮤니티(synthetic community)를 다루는 장들에서 우리는 공격자들이 정확히 그 문제를 풀어내는 광경을 보게 될 것이다. 질문에 대답하고, 이 스캠이 진짜라고 그럴싸하게 논쟁까지 하는 회원을 통째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목표는 동일하고 계보는 직통이며, 둘 다 같은 사실 위에 서 있다. 플랫폼은 진짜 회원 1만 명과 조작된 회원 1만 명을 구별하지 못한다. 계정은 계정일 뿐이고, 그 뒤에는 한 사람이 하나만 있을 수도, 전부 다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1장의 시빌 문제(Sybil problem)가 야생에서 처음으로 조용히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다. 야심의 다이얼은 최저로 돌려져 있다. 수많은 가짜 신원이 아직은 사기가 아니라 그저 좌석을 채우는 데 동원된 것이다. 야심은 나중에 커진다. 메커니즘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방을 긁어 가다
대량 초대 봇이 회원을 방 안으로 밀어 넣었다면 — 진짜 회원은 억지로 끌려 들어오고, 가짜 회원은 좌석을 채우려 만들어졌다 — 회원 스크래핑은 진짜 회원을 밖으로 끌어냈다. 텔레그램은 설계상, 그리고 클라이언트를 구동하는 API의 개방성 덕에 회원 명단을 노출했다. 공개 그룹의 명부는 훤히 보이거나, 적어도 계정 하나하나 걸어서 훑을 수 있었다. 스크래퍼는 대형 트레이딩 커뮤니티나 인기 있는 지역 채팅방 같은 표적 그룹을 기어 다니며 모든 사용자명과 ID를 수확해 데이터베이스에 담았다. 그 데이터베이스는 곧 표적 명단이 됐고, 이 거래에 복무하는 회색 시장이 통째로 자라났다. 스크래퍼와 초대 도구가 텔레그램 자체의 채널에서 버젓이 팔렸고, 1천 명 단위로 가격이 매겨졌으며, 옮길 수 있는 머릿수를 광고 문구로 내걸었다.
수확된 이용자가 값진 이유는 더없이 단순하다. 그들은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미 관심을 입증했다. 크립토 트레이딩 그룹에 있는 사람은 정의상 크립토 트레이딩에 관심이 있고, 어느 도시의 장터 그룹에 있는 사람은 그 도시에 산다. 긁어낸 명단은 스패머에게 조준을 허락했다. 아직 개인을 겨눈 것은 아니지만 '범주'를 겨눈 것이다. 커뮤니티가 스스로 모아 놓고 문까지 열어 둔, 미리 걸러진 청중. 캔터와 시걸이 유즈넷의 뉴스그룹 색인을 미리 분류된 청중의 주소록처럼 취급하며 네트워크 규모에서 정확히 같은 짓을 했었다. 텔레그램의 스크래퍼는 그저 더 고운 입자와 더 나은 도구로 같은 일을 했을 뿐이다. 스크래핑은 하류의 두 수법에 연료를 댔다. 하나는 수확된 이용자 각각에게 같은 미끼를 던지는 대량 DM이고, 다른 하나는 그 명단을 대량 초대 봇에 먹여 다음 가짜 그룹을 채우는 재초대다. 그렇게 채워진 그룹은 다시 긁힐 수 있었다. 플랫폼 자신의 소셜 그래프가 공격의 원자재가 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공격자가 처음으로 '당신이 누구인지 신경 쓰기' 시작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아직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속성이 달린 노드로서. 이 시대에 그는 그 지식을 뭉툭하게 썼다. 크립토가 본격적으로 도착하면, 그는 그것을 메스처럼 쓰게 된다.
링크 스팸과 키워드 스팸
이 물결의 주력, 가장 많은 그룹을 가장 많은 쓰레기로 채운 것은 평범한 링크 스팸이었다. URL 하나에 미끼 몇 줄을 단 메시지, 혹은 동일한 메시지의 홍수였다. 값싼 의약품, 짝퉁 상품, 성인 사이트, 팔로워 늘리기 서비스, 그리고 점점 늘어나는 크립토 맛 변종들. 가짜 에어드랍, 악성 '지갑 연결' 페이지, 지나치게 후한 프리세일. 기계적으로는 아무것도 아닌 수법이었고, 그것이 핵심이었다. 진입 장벽은 키보드 하나였고, 유일한 기술은 회피에 있었다. 플랫폼 탐지와 벌이는 쫓고 쫓기는 게임, 곧 다음 장의 주제다. 스팸은 일부러 멍청했다. 멍청해야 확장됐기 때문이고, 이는 1장이 펼쳐 놓은 바로 그 산수다. 다음 수신자 1만 명이 공짜라면 형편없는 퍼널도 여전히 수익이 나는 퍼널이다. 시도 하나하나에 비용이 붙기 전까지는 그렇고, 바로 그 지점이 이 책의 마지막 부가 힘껏 누르기 위해 존재하는 압점이다. 스팸을 잡아낼 필요는 없다. 스팸이 수지가 안 맞게 만들면 된다.
키워드 스팸은 같은 수법을 도달 범위 대신 검색 노출에 최적화한 것이다. 텔레그램은 검색이 되는 플랫폼이므로, 스캐머는 그룹의 이름, 소개, 사용자명에 트래픽 높은 단어들을 쑤셔 넣었다. 뜨는 토큰, 유명 프로젝트, 브랜드, '고객지원(support)'이라는 단어. 그러면 진짜를 찾아 검색한 이용자 앞에 가짜가 먼저 떠올랐다. 검색엔진 오염을 채팅 플랫폼에 옮겨 심은 것인데, 이 수법은 지독하게도 잘 늙었다. 오늘 누군가 '지갑 고객지원'을 검색했을 때 맞이하는 키워드 범벅 그룹은 더 이상 시계를 팔지 않는다. 시드 문구를 수확한다. 수법은 첫 물결에서 이미 완성형이었다. 자라난 것은 결과뿐이다.
당시에 이 대부분이 실제로 어떻게 보였는지는 솔직하게 말해 두고 싶다. 수십억 달러 사기 헤드라인에 길든 독자라면 초기의 위협을 과대평가하기 쉽기 때문이다. 압도적 다수는 쓰레기였다. 자동차 와이퍼에 끼워진 디지털 전단지였고, 사람들은 무시하는 법을 익혔다. 맨몸의 링크에 불꽃 이모지가 줄줄이 달려 있으면 거의 확실히 쓰레기라는 것을 배웠고, 그냥 스크롤해 지나갔다. 패턴이 워낙 일관됐기에 사람의 눈은 그 패턴에 능숙해졌다. 그리고 그 일관성, 곧 초기 스팸이 '스팸처럼 생겼다'는 사실이야말로 이 방어 서사 전체의 조용한 주인공이며, AI가 언젠가 앗아갈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이 시대에 그 표식은 믿을 만했고, 믿을 만한 표식은 위협을 견딜 만한 것으로 만든다. 언제나 다가오는 것이 보이는 포식자와는 함께 살 수 있다.
충격의 물결
초기 홍수가 전부 상업적이지는 않았고, 전부 스크롤로 넘겨 살아남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무언가를 팔려는 것이 아니라 방을 더럽히는 것 자체가 목적인 범주가 있었다. 포르노, 고어, 충격 이미지, 최악의 경우 아동 성착취물(CSAM)을 스크립트가 게시할 수 있는 최고 속도로 커뮤니티에 쏟아붓는 것이다. 동기는 다양했고 대부분 추악했다. 재미나 보복으로 표적을 부수는 습격, 원한을 품은 단독 행위자, 미리보기 세례로 광고하는 상업 포르노, 그리고 가장 어두운 구석에서는 유통하려고, 혹은 그저 가해하려고 게시되는 CSAM. 지울 수 없는 참상을 방 안 가득한 사람들의 눈에 강제로 밀어 넣고, 삭제하기까지 걸린 몇 초 동안 그것을 호스팅했다는 이유로 그룹 운영진을 법적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다.
이것을 상업 스팸과 일부러 구분하는 이유는, 이것이 한 가지 특정한 방식으로 골칫거리라는 프레임을 깨뜨리기 때문이다. 초기 스팸 대부분이 앗아간 것은 주의력과 청소 시간이었다. 이것이 앗아간 것은 트라우마였고, CSAM의 경우에는 학대 장면이 유통되는 실제 피해자들이 입는 진짜 피해였다. 이것이 다음 장의 목록이 아니라 이 목록에 속하는 이유는 도덕이 아니라 구조에 있다. 크립토 시대를 규정하는 사기는 피해자에게서 공격자에게로 가치를 옮기도록 만들어진 '착취적' 공격인 반면, 충격의 물결은 파괴 그 자체가 목적이었다. 강도보다는 반달리즘에 가까웠다. 하지만 방어를 빚어낸 힘으로 치면 어떤 상업 스팸보다 컸고, 그래서 뺄 수가 없다. 링크 스팸이라면 플랫폼이 게으름을 부려도 됐다. CSAM은 그럴 수 없었다. 법적 노출이 절대적이었고, 도덕적 노출은 그보다 더했다. 플랫폼이 처음으로 진지하게 임한 방어 인프라가 바로 이 범주를 둘러싸고 자라났다. 알려진 불법 이미지의 자동 해싱, 신속 신고 경로, 의무 삭제 파이프라인, 수사기관과의 공조. 플랫폼이 '어떤 콘텐츠는 어떤 물량으로도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을 처음 배운 곳이 여기다. 동시에 이후 10년간 그들을 헤매게 만들 교훈을 배운 곳이기도 하다. 나쁜 '콘텐츠'를 충분히 빨리 찾아 지울 수만 있으면 문제가 풀린다는 믿음이다. CSAM에서는 그 믿음이 참이다. 콘텐츠 자체가 범죄니까. 사기에서는 그 믿음이 파국적으로 실패한다. 콘텐츠는 무해하고 '행위자'가 범죄이기 때문이다. 플랫폼들은 아직 그것을 모른다.
도배
이 목록에서 가장 단순한 무기이자, 애초에 스팸이라는 말이 만들어진 이유가 된 수법이 도배(flood)다. 방 하나에 스크립트를 겨누고, 방이 못 쓰게 될 때까지 쉬지 않고 최고 속도로 게시하게 만드는 것. 내용은 거의 상관없다. 같은 단어 천 번, 이모지의 벽, 무작위 쓰레기. 탑재물은 메시지가 아니라 '속도'이기 때문이다. 도배는 누구를 속이려 들지 않는다. 익사시키려 든다. 바이킹들이 카페를 익사시킨 것과 정확히 같은 방식으로. 반복문 하나와 지나치게 짧은 대기 시간을 가진 작정한 계정 하나가, 누구든 읽는 속도보다 빠르게 대화를 화면 밖으로 밀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손잡은 계정 몇 개면 붐비는 커뮤니티 하나를 몇 초 만에 암전시킬 수 있었다.
도배는 이름 붙여 둘 가치가 있는 비대칭 하나를 드러내는데, 이 비대칭은 모든 시대에 되풀이된다. '생산'과 '소비' 사이의 간극이다. 기계는 사람이 읽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메시지를 생산하고, 열린 플랫폼의 아키텍처 어디에도 그것을 바로잡는 장치가 없다. 자동화된 계정 하나가 백 명보다 큰 소리를 내는 것은 더 똑똑해서가 아니라, 결코 멈추지 않고 결코 지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을 규모로 키우고 지능을 얹은 것이 AI 시대를 규정하는 위협이다. 한 명의 운영자 아래 지치지 않는 페르소나 수천 개. 도배는 같은 비대칭의 가장 멍청한 형태, 지능 없는 순수한 속도다. 기계들이 지능을 보태는 것은 나중이지만, 속도의 우위는 처음부터 거기 있었다. 방어자들은 도배에 뻔한 방식으로 응수했다. 속도 제한이다. 한 계정이 M초 안에 N개 넘게 게시하면 조인다는 규칙인데, 초당 마흔 번 게시하는 것은 사람일 수 없으므로 그런대로 잘 통했다. 하지만 반격도 똑같이 뻔했다. 늦추고, 흩고, 계정을 더 쓰는 것이다. 초당 마흔 개를 쏟아내는 계정 하나는 잡힌다. 초당 한 개씩 올리는 계정 마흔 개는 잡히지 않는다. 도배는 사라지지 않는다. 분산된다. 열린 플랫폼이 공짜로 나눠 주는 바로 그 값싸고 일회용인 신원들 위로.
습격
이 목록에서 가장 사회적인 항목이자 어떤 면에서는 가장 많은 것을 폭로하는 항목이 습격(raid)이다. 여럿이 조직적으로 힘을 합쳐 표적 커뮤니티를 압도하고 파괴하는 공격이다. 도구 상자는 이미 나열한 전부다. 도배, 충격물 투하, 대량 난입. 다만 외로운 스크립트 하나가 아니라 군중이 합주로 전개한다. 정해진 시각에 시작하는 일이 많았고, 때로는 습격자들의 이름을 내걸었으며, 운영진이 대응하기 전에 표적에게 굴욕을 주도록 설계됐다. 습격 문화는 소란 자체가 오락이던 인터넷의 구석들에서 자랐고, 동기는 돈인 경우가 거의 없었다. 지위였고, 원한이었고, 파괴의 재미였다.
습격이 이 자리를 차지할 이유는 둘이다. 첫째, 습격은 '조율'을 개척했다. 여러 공격자가 함께 움직이면 그들 중 누구 하나로는 못 뚫을 방어가 뚫린다는 발견이다. 도배꾼 하나는 속도 제한기에 잡히지만, 각자 제한선 아래에 머무는 도배꾼 쉰 명은 잡히지 않고, 합쳐지면 쉰 배를 훌쩍 넘는 피해를 입힌다. 떼, 곧 하나의 조율하는 의지 아래 움직이는 수많은 값싼 신원은 크립토 시대가 산업화하고 AI 시대가 자동화하는 바로 그 구조다. 계정 함대에 걸쳐 1초 미만 간격의 매수 주문을 발사하는 펌프 앤 덤프 조직은 구조적으로, 이윤 동기를 볼트로 박아 넣은 습격이다. 바뀐 것은 목표뿐이다. 혼돈에서 현금으로.
둘째 이유는 더 미묘한데,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실이기도 하다. 습격은 '진짜 인간들'로 구성된 시빌 공격(Sybil attack)이다. 방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계정 쉰 개는 꽤 자주 실제 사람 쉰 명이다. 이것이 대단히 중요한 이유는, 언젠가 등장할 치료법이 가장 다루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바로 이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이 쌓아 올려 가는 논증은, 열린 커뮤니티를 겨눈 공격에 대한 지속 가능한 해답은 신원에 비용을 매기고 평판을 실체 있게 만드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 운영자가 천 개의 얼굴을 값싸게 쓸 수 없도록 말이다. 그 논증은 봇 함대를 거느린 단독 운영자에게는 파괴적으로 통한다. 하지만 저마다 진짜이고 값비싸고 평판 있는 신원 하나씩을 가진 채, 함께 못되게 굴기로 그저 '선택'한 진짜 사람 쉰 명 앞에서는 훨씬 약해진다. 습격은 치료법이 끝내 완전히 없애지 못하는 단 하나의 잔여물을 이르고 낮은 판돈으로 미리 보여 주는 예고편이며, 그것의 어른이 된 형태들 — 트롤 농장, 고용된 클릭 노동자, 빌려 온 진짜 계정 — 이 이 책의 맨 끝에서 기다린다. 거기 도착하면 습격 문화를 떠올리기 바란다. 신원에 비용을 매기는 것이 나쁜 행동의 바닥을 극적으로 끌어올리지만 결코 무한대까지는 올리지 못한다는 증거가, 일찌감치 여기 심겨 있다.
기준선이 되는 분류법
개별 수법에서 한 걸음 물러서면 전체의 형태가 또렷해진다. 구체적인 내용물, 곧 메인프레임과 그린카드와 시계와 가짜 에어드랍을 걷어 내면 발휘되는 근본 역량은 몇 가지뿐이고, 그 하나하나가 열린 플랫폼이 공격자에게 준 두 가지 구조적 선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짜 입장과 공짜 신원이다.

'존재의 조작'이 있다. 데이브 로즈의 지어낸 간증, 대량 초대 봇이 찍어 낸 머릿수, 사칭범이 빌린 얼굴. 무에서 소환한 신뢰다. '그래프 수확'이 있다. 회원 스크래퍼, 그리고 그보다 앞서 유즈넷의 색인을 청중 주소록으로 취급한 두 변호사. 커뮤니티 자신의 구조가 표적 명단으로 바뀐 것이다. '탑재물 주입'이 있다. 서크의 수신자 400명, 5천 개의 방에 뿌려진 그린카드 광고, 모든 채널의 링크·키워드 스팸. 도달 범위로든 검색 지면의 오염으로든, 메시지를 눈앞에 들이미는 일이다. '방의 훼손'이 있다. 포르노와 고어와 CSAM의 물결. 열린 게시 권한이 가치를 뽑아내는 대신 해를 입히는 무기가 된 것이다. '속도에 의한 압도'가 있다. 스크립트 도배, 그 단어의 원래 뜻이다. 생산과 소비의 비대칭을 이용해 방을 그 방의 주인들에게서 빼앗는 것이다. 그리고 '떼의 조율'이 있다. 습격 문화. 개인을 상정하고 지은 방어를 상대로, 여럿이 하나처럼 움직이는 것이다.
여섯 가지 역량, 그 전부가 대답되지 않은 같은 질문 위에 서 있다. 존재의 조작은 가짜 회원과 가짜 관리자를 진짜와 구별할 수 없어야 성립한다. 수확은 수확하는 자가 익명이고 일회용이어야 성립한다. 대규모 주입은 주입에 쓸 공짜 계정이 끝없이 나와야 성립한다. 속도에 의한 압도는 계정 하나를 조여도 소용없어야 성립한다. 공격자는 마흔 개의 계정이니까. 떼의 조율은 떼를 값싸게 모을 수 있어야 성립한다. 하나하나가 전부, 열린 네트워크에서 신원은 공짜이고 일회용이며 검증 불가능하다는 단 하나의 사실을 착취한 것이다. 아르파넷이 게리 서크에게 했던 일을, 이제는 누구도 공격자에게 할 수 없다는 사실 말이다. 이 여섯 가지를 계속 들고 가기 바란다. 이 책의 중심 주장은, 앞으로 올 시대들이 '새로 발명하는 것은 거의 없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가올 시대들은 이 여섯 역량을 그대로 가져다 두 가지를 한다. 하나, 크립토를 붙인다. 그러면 여섯 가지 모두가 골칫거리에서 포식으로 바뀌고, 그것들을 정밀하게 벼리는 데 드는 품에 값이 치러진다. 둘, 기계 지능을 붙인다. 그러면 인간이라는 병목이 사라지고, 운영자 한 명이 사람과 구별되지 않는 페르소나들을 앞세워 여섯 가지 전부를 산업 규모로 돌린다. 사칭범은 딥페이크 창업자가 된다. 대량 초대 봇은 AI로 채운 합성 커뮤니티가 된다. 스크래퍼는 맞춤형 사기 뒤의 표적 선정 엔진이 된다. 링크 스팸은 월렛 드레이너(wallet drainer) 퍼널이 된다. 도배는 봇 떼가 된다. 습격은 조직적 펌핑 조직이 된다. 목록에서 은퇴하는 것은 없다. 목록의 전부가 업그레이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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